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년에 개봉한 감독 윤종빈의 세 번째 장편 한국 영화입니다.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의 시간을 다룹니다. 부패 공무원 출신으로 건달도 민간인도 아닌 반쪽짜리 건달, 즉 반달인 최익현이 주인공입니다. 최익현과 깡패들이 결탁하여 일약 전성기를 맞다가 6공 시절에 접어들어 범죄와의 전쟁 기간을 거치며 이들이 적으로 변하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이려 드는 과정을 그립니다. 익현과 먼 친척 관계이자 카리스마 있는 조직폭력배 두목 최형배, 형배보단 한 수 아래지만 자기만의 세력을 가진 김판호, 범죄자들에겐 일말의 자비 없는 야심 찬 검사 조범석 등의 인물들이 복닥복닥 얽히며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1. 등장인물
최익현 역 최민식
한국 조폭 영화에서도 손꼽을 만큼 비열하고, 자기 합리화와 이기주의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 초반에 우연히 마약을 압수하고는 이걸 팔아 한몫 챙기려 했고, 이에 갈등 때리는 선배 공무원에게 "우리나라가 일제에 수탈당한 게 몇 년이요? 애국이 별거 있습니까? 난 그래서 일본원숭이 쉐키들 약 맞고 콱 뽕쟁이 됐으면 좋겠다고"라는 발언으로 자신의 마약 거래를 정당화하며 신나게 일본을 까더니, 나중에는 일본 야쿠자와 거래를 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최익현만 비열한 인물로 나오는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주요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비열한 인물들입니다. 최형배는 본인이 그 자리에까지 올라온 데는 최익현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인지함에도 '좇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죄명으로 반죽음 상태로 두들겨 패고 지분을 후려쳐버리며 철저히 토사구팽 했습니다. 원래 건달인 김판호는 말할 것도 없으며, 조범석 역시 최익현에게 구타와 협박을 하나 마지막에는 최익현과의 거래로 그를 풀어주고 검찰의 수장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사실 일개 건달에 불과한 최형배나 김판호는 사회 전반적으로 근간을 흔들만한 인물도 못되고 그냥 주먹질밖에 모르는 조폭이지만, 최익현은 뇌물을 동원한 온갖 문어발 인맥으로 정재계 인사들까지 구워삶은 전형적인 비리형 중개인입니다. 이러한 인물이 힘을 가질수록 사회 전반적인 부패가 심해질 뿐만 아니라, 그가 펼쳐놓은 인맥을 통해 또 다른 후계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일개 조폭 두목들과는 사회 전반적인 암적인 역할이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절대로 그냥 풀어줬으면 안 되는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인물을 방치하고 붙어먹는 검경이야말로 영화에서 말하는 진정한 나쁜 놈들에 가깝습니다. 최익현이 허세를 부리는 대사 중에 경찰에게 허세를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미묘한 뉘앙스로 해석되기도 하여 밈으로 종종 쓰이곤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밈화 돼 가며 최민식 성대모사의 단골 대사로 등장합니다. 이외에 “어데 최 씹니까?”, “내 이럴 줄 알았다”도 성대모사로 애용됩니다.
최형배 역 하정우
부산 최대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최익현과는 먼 친척뻘입니다. 한때 우연히 필로폰을 입수한 최익현과 이를 밀매하기 위해 접촉한 일을 계기로 그와 손을 잡게 되었으며, 항렬이나 나이에서 앞서는 최익현을 "대부님"이라 부릅니다. 이후 자신이 거느린 조직의 힘에다가 최익현의 잔머리와 인맥이 더해져 그 세력을 크게 불려 나가게 되지만, 불화로 동업을 청산하게 됩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숨어 지내지만 최익현이 조검사와 거래를 하면서 결국 잡혀 들어갑니다. 이때 잡혀 들어가면서 살기 어린 눈빛으로 최익현을 쳐다보는 장면이 백미입니다.
김판호 역 조진웅
과거 최형배의 부하로 있었으나 독립 후 자수성가하여 최형배 조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조직의 보스가 되었습니다. 최형배에게 니 불 붙여주던 판호 아이라면서 맞먹으려 들지만 무참하게 처맞습니다. 맥주병으로 머리를 3 연타 강타 후 얼굴을 담뱃불로 지져서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습니다. 이후 최익현과 동업을 하여 크게 번창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인해 잡혀 들어갑니다. 영화 내에서 연기력으론 원탑을 다투는 인물로 찰진 부산사투리와 연기력의 시너지로 배우 조진웅은 영화에서 거의 혼연일체에 가까운 연기를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80년대식 뉴스 자막으로 김판호의 한자 표기가 나오는데 "金判浩"라고 쓰여 있다. 명대사는 "아까 일은 예, 제가 다시 한번 사과. 드. 리. 겠습니다." 이것도 종종 밈으로 회자됩니다.
조범석 역 곽도원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입니다. 대통령 명령을 받고 나타난 검사로 꿋꿋하게 인맥질과 뇌물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모습을 비춰주며 얼핏 정의로워 보이는 인상을 남기지만 깐족대는 최익현을 죽도로 패는 등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폭력의 시대에 길들여진 인물입니다. 최익현을 통해 최형배를 잡아넣었고, 이후 최익현의 인맥을 활용하면서 계속 승진하여 고위직에 오릅니다. 당시 1980년대 조폭을 때려잡던 검사들과 똑같다는 평으로 이 영화에서 김성균, 김혜은과 함께 매우 좋은 평을 얻었습니다. 모델이 된 인물은 조승식 변호사(前 검사장)에 함승희 변호사(前 의원)의 일화를 약간 섞은 것입니다.
박창우 역 김성균
최형배의 오른팔로 첫 만남 때 최형배에게 술주정을 하며 추태를 부리던 최익현을 두들겨 패면서 그와의 악연이 시작됩니다. 최익현을 무한신뢰하는 최형배를 보며 적개심 혹은 질투심을 드러내는 장면이 중간중간 등장하였고 나이트클럽 운영과 관련하여 김 서방과 갈등을 빚으면서 최익현과 갈등이 쌓여갔습니다. 이때 최형배에게 마이크로 얼굴을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기도 합니다. 이후 최형배 습격사건이 벌어지자 평소 고깝게 여기던 최익현의 숙청을 건의하여 직접 숙청하게 됩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팬티 바람으로 달아나다가 체포됩니다. 싸움 씬과 헤어 스타일에서 큰 존재감을 보였고 굵직굵직한 장면에서 알게 모르게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관객들이 어디서 진짜 깡패를 데리고 왔냐라고 느낄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이었습니다.
김 서방 역 마동석
최익현의 매제입니다. 무도인을 자처하지만 현실은 별 볼일 없는 태권도장 관장. 운동한다면서 허세를 부리지만 실제로 그가 무력을 보여준 일은 없고 달아나고 나서야 일대일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정신승리하는 것뿐입니다. 또 실제로 창우와 일대일로 맞붙는 상황이 연출되지만 경고로 발차기를 보여주며 창우에게 깝죽거리지 말라고 말하며 가는데 갑자기 창우가 뒤에서 기습해 술병 한방에 털리기도 합니다. 애초에 무기 들고 싸우며 뒤통수치는 조폭싸움에 무도인을 자처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고 당연히 정정 당당하게 싸울 리가 없습니다. 최익현 입장에선 자기 동생과 결혼한 놈이 빌빌거리며 사는 게 못마땅했는지 자기 일에 같이 끼워 데리고 다니고 나이트클럽 지분을 인수한 후에는 관리직 자리에도 꽂아 넣어주는 등 많이 챙겨줍니다. 사실상 익현과 형배의 사이를 갈라놓은 계기가 된 인물. 최익현과 함께 숙청되지만 최익현이 김판호 조직에 가게 되면서 역시나 폈을 듯합니다. 이후 조카인 최주한이 검사가 된 자리에서도 등장합니다. 마지막 부분쯤에 최주한이 하는 말로 보면 고깃집 사장이 된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마동석이 이 영화 이후 맡게 되는 안혁모, 박웅철, 윤상화, 마석도 같은 캐릭터들과는 한참 벗어난 연약한 캐릭터입니다.
정 사장 역 김혜은
허삼식의 나이트클럽의 대주주입니다. 원래는 김판호의 내연녀로 나이트클럽 지분의 40%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최익현을 조롱하다가 침을 맞고 대판 싸움이 벌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 최형배 조직이 나이트클럽을 접수한 후에도 남아 있었으나 최익현의 부하들이 수익을 다 가로채는 것에 항의하다가 싸우기도 합니다. 이때 최익현과 수익 문제로 사무실에서 대판 싸우면서 “얼라 보지에 붙은 밥알 떼 묵는 소리 하고 쳐 자빠졌네 이 개새끼가”라든가 “어데 지금 식순이 앞에서 행주 짜노? 머, 삥땅? 누가 치데? 네가 치데 이 씨발넘아” 등의 욕설이 압권입니다. 정 사장이 최익현을 밀치자 화가 치민 최익현이 그녀의 빰을 치고 밀어내면서 두 사람은 서로 머리채를 잡으며 대판 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이후 등장 씬은 또 최익현의 돈을 보고 최익현의 내연녀가 되어 애교를 부리는 씬이라 관객들에게 상당히 아이러니함을 줍니다. 이후 조 검사의 깡패 검거에 협조하여 김판호의 은신처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조봉구 역 김종구
부산세관 계장으로 최익현의 옛 상사입니다. 이쪽도 부패한 인물인 건 마찬가지인데 영화 초반부에 피해자의 고발로 인해 단체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감식과에서도 한 명이 총대를 메야하는 상황에 놓이자 자신은 계장이라 계장이 총대를 메면 윗선에서도 부담이 될 거라는 핑계를 대며 슬쩍 빠지는 한편 다른 직원들과 공모하여 부양가족이 가장 적은 최익현에게 총대를 메게 하고 부패 혐의를 씌워서 날려버립니다. 이때 최익현은 다 같이 해 먹었는데 자기만 총대를 메야하니 억울해하다가 히로뽕을 발견하고 장 주임에게 히로뽕을 팔자고 제안하며 히로뽕을 팔면 깔끔하게 옷을 벗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최익현은 세관을 그만둡니다. 이후 술집에서 익현이 화장실을 가려다 우연히 조계장을 만나게 되는데 안 그래도 자신 혼자만 총대를 메서 최익현이 앙심을 품고 있을 텐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최익현을 재밌는 졸개였다며 조롱조로 소개합니다. 당연히 큰 앙심을 품고 있던 최익현도 조롱조로 받아치고 드잡이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이때 “닌 오늘 뒤졌다”며 최익현과 몸싸움을 벌이지만 옆에 있던 박창우의 도움으로 간단히 제압당하고 직후 익현은 조계장을 무자비하게 밟아 버립니다.
장주임 역 김종수
최익현의 세관원 선배이며 최익현과 당직근무 중 밀수하려던 마약을 발견하고 이를 팔고자 하는 최익현에게 망설임 끝에 최형배를 소개하게 됩니다.
허삼식 역 권태원
부산의 잘 나가는 나이트클럽 사장입니다. 원래는 여사장과 김판호와 사업적 교류 관계였으나, 정작 허삼식의 지분은 24%에 불과했던 데다 김판호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엄청 뜯어가다 보니 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만 잔뜩 안고 있었습니다. 이에 최익현에게 부탁해서 김판호 일당을 몰아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후 최익현과 사업적으로 교류하게 됩니다. 그러나 김판호와 사업상의 불화가 있었는지 김판호에게 두들겨 맞습니다. 이를 최익현의 사주로 여긴 그는 최익현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영화 오프닝에서 최익현이 잡혀가는 계기가 됩니다.
한 변호사 역 송영창
조범석과 친한 선배로 직업은 변호사입니다. 최익현이 조범석에게 접근하기 위해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의도적으로 친해집니다. 두 사람을 소개해 주고, 관계가 개선되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조범석이 폭력적이고 고압적이긴 해도 물질적인 것에 있어서는 청렴한 인물이라 씨알도 안 먹힙니다. 그러나 막판에 과거 친분과 정을 들먹여 가까스로 자리에 앉힙니다. 사실 과거 친분보다 더 강력했던 한방이 "너 그러다 평생 뺑뺑이만 돌끼다!"라고 윽박지른 한 마디였는데, 익현이 조 검사 쪽에 붙어 고위급 인원들에게 그를 소개해줄 때 보면 한 변호사가 그들 옆에서 열심히 이빨을 텁니다. 즉, 한 변호사 역시 막강한 인맥을 무기로 하는 인물이란 건데, 실제로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이 인맥을 무기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이것 때문에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법무팀에서 거액을 들여 스카우트해 가는 것입니다. 이른바 전관예우입니다. 사실상 조범석에게도 "너 내 말 안 들으면 내 인맥으로 재미없을 줄 알아!"라고 넌지시 협박한 셈인데, 이 말을 듣고서야 생각을 돌렸다는 점에서 조범석이 출세에 욕심을 부리는 인물이란 게 암시된 셈입니다.
익현의 처 역 김영선
작중에서 본명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욕심 많은 남편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지만, 세관 공무원 시절부터 검사 아들을 둔 부모가 될 때까지 끝까지 익현 옆에서 함께합니다.
최무일 역 고인범
최익현의 먼 친척이자 형배의 부친입니다. 최익현보다 나이는 한참 많지만 항렬이 낮아, 최익현을 어른으로 모십니다. 물론 최익현이 나이도 어린데 듣도 보도 못한 먼 친척을 공짜로 어른 대접을 해준 것은 아니었을 거고, 세관 공무원으로 그전부터 알고 지내며 계속 힘을 써 준 모양, 최무일도 원양어선 타던 시절부터 최익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며, 주변에 아는 분도 많으니 네가 잘 모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인연 덕분에 익현을 두들겨 팼던 형배도 결국 익현에게 절을 올리며, 동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재미있게도 형배는 작중에서 매우 무자비하고 무서운 악당으로 그려지지만, 정작 아버지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고 고분고분한 모습만 보여줍니다. 양반 가문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지 오래된 기와집에서 구한말 관복을 입은 선조의 사진들을 자랑스럽게 걸어놓으며 지냅니다.
2. 줄거리
부산항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세관원 최익현 주임은 밀수 및 뒷돈거래 등으로 불법적인 이윤을 챙기던 전형적인 부패 비리 공무원입니다. 동료 및 상사들과 비리를 저지르던 중 한 피해자의 고발로 인해 단체로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동료들과 상사 조 계장이 미리 짜고 가장 부양가족이 적은 익현에게 강제로 총대를 메게 하여 해고를 당할 처지에 몰립니다. 이후 야간 근무 중 동료인 장 주임에게 신세한탄을 하다가 항구 CCTV에 수상한 2인조를 발견하여 쫒았으나 실패합니다. 이들이 뒤지던 컨테이너를 뜯고 그 안에서 히로뽕 10kg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익현은 히로뽕을 몰래 처분해서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면서 장 주임을 궤변으로 꼬드깁니다. 이에 장 주임의 주선으로 부산 최대 폭력조직의 보스, 최형배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 악연의 시작입니다. 외곽의 비닐하우스에서 히로뽕 처분 문제를 논하던 익현은 술에 취해 형배에게 이것저것 캐묻다가 서로 같은 본관에 같은 파임을 알게 되고, 그의 아버지가 참치잡이를 하는 먼 집안 친척사람이며 형배가 자신의 현손자 뻘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절을 올리라며 주정을 부리다가 형배의 부하 창우에게 밖으로 끌려 나와 연달아 뺨을 맞습니다. 형배도 익현을 같잖다는 듯이 쳐다보며 거래를 하러 왔으면 거래만 할 것이지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고 핀잔을 줍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익현이 의도한 것으로, 형배와 헤어진 후 곧장 형배의 아버지 집으로 출두해서 형배의 큰절을 받고 화해하게 됩니다. 어부였던 형배의 아버지는 이제 39세 정도인 익현보다는 한참 연상으로 보이지만, 촌수로는 익현이 더 위인지라 깍듯하게 모십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훨씬 보수적인 환경에서 성장해서 인지 이런 위계질서에 익숙한 듯합니다. 익현이 형배와 만나기 이전부터 익현을 알고 있었으며, 어부다 보니 세관 공무원인 익현에게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았던 듯하다. 익현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최형배의 아버지조차 익현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판에 아버지에겐 꼼짝 못 하는 최형배가 어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익현과 친척들의 집안 분위기 자체도 결속력이 강한 최 씨 집안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별 상황이 아니어도 익현을 너무 잘 대우합니다. 이때부터 형배는 익현을 자기 조직원들에게도 정식으로 소개해주는 한편 '대부'(大父)라고 존칭 하는데, 할아버지뻘의 웃어른을 칭하는 말로 익현이 형배의 아버지보다도 항렬이 몇 단계 높으므로 형배에게는 익현이 고조할아버지 뻘이 되기 때문.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어색합니다. 이후 히로뽕 판매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거래대금을 건네준 형배는 지난번 일을 정식으로 사과하며 밥 한 끼 먹을 것을 제안하고 익현이 밥만 먹냐며 주거니 받거니 창우를 데리고 술집에 가게 됩니다. 다시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리던 익현은 화장실에 가려다가 자신에게 그간의 모든 비리를 덤터기 씌워 총대 메고 사직하게 한 조 계장을 만나게 되는데, 조계장은 자기가 덤터기 씌워서 내쫓은 익현에게 좋게 말을 해도 욕먹기 좋은 상황에 아직도 익현을 자신의 졸개처럼 취급하며 조롱합니다. 이에 익현은 조계장을 추켜세우는 척하면서 조롱하고 시비를 걸다 싸움이 나고, 창우의 도움으로 조계장을 개 패듯이 두들겨 패주면서 상황이 종료됩니다. 이 장면이 형배에게 나름 인상을 줍니다. 형배는 이때까지는 익현을 평범한 세관원으로만 알았기 때문. 돈냄새를 맡았습니다. 형배는 익현에게 동업을 제안하고, 퇴사 후 일거리가 딱히 없던 익현이 동의합니다. 그렇게 형배의 전투력과 조직력, 재력과 익현의 인맥과 정치력으로 본격적인 동업을 시작하고, 카지노 및 관광호텔의 수익으로 짭짤한 이윤을 남기며 잘 나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익현은 사우나에 갔다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나이트 사장 허삼식을 만나게 됩니다. 원래 별 볼 일 없는 세관원 정도였던 최익현이 여러 조폭을 거느린 그럴싸한 모습이 된 것을 보고 놀란 허삼식은 자기 나이트의 이윤을 다 빨아먹고 있는 조폭 세력들을 몰아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허삼식의 나이트의 이윤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된 최익현은 고위 인사들에게 뇌물을 뿌리며 자신을 보호할 인맥을 구축하는 한편 최형배와 모의하여 허삼식의 나이트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여사장과 내연의 관계인 김판호 조직을 몰아낼 궁리를 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판호는 형배와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사이로 원래 형배의 꼬봉이었는데, 이후 독립하여 버젓이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 그렇다곤 해도 건달끼리도 규칙이 있다며 형배는 남의 나와바리(구역)를 침범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익현은 네가 판호보다 약하냐고 물으면서 형배의 약을 올리는 한편 자신과의 친족 관계를 이용하자고 제안합니다. 익현은 이 와중에도 자신을 보호할 인맥관리에 철저한 계산적인 모습입니다. 그렇게 익현은 태권도장 하는 처남을 대동하고 허삼식의 나이트에 있는 판호의 조직과 담판을 짓지만, 자신을 비웃는 여사장에게 침을 뱉고 손찌검을 하다가 몰매를 맞고 쫓겨나게 됩니다. 사실 이것은 계획된 것으로 형배의 개입에 나름의 명분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맞고 온 것이었습니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형배의 조직은 즉각 쳐들어가 안에 있는 판호의 부하들을 습격해서 전부 쓰러뜨리고 물건들을 모조리 와장창 때려 부수고 순식간에 나이트를 장악합니다. 부하들이 제압당하자 당황해서 뛰쳐나온 판호는 형배와 담판을 짓게 되는데, 우선 나이트 배치인원을 반으로 나누고 은퇴하는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두둑이 챙겨줄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형배는 나가는 조직원들은 최대한 챙겨주겠지만 더 이상 판호의 부하들이 남아 있을 순 없다며 딱 잘라 말합니다. 이에 판호가 "임마 나도 가오가 있다 아이가?"라고 하자 심기가 뒤틀린 형배는 예전처럼 담뱃불이나 붙여 보라며 기싸움을 벌인 끝에 판호를 끌어내어 맥주병으로 머리를 3번이나 강타하고 얼굴을 담뱃불로 지져서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힙니다. 그렇게 익현과 형배는 나이트도 장악하고 잘 나가게 되지만, 기존의 이윤을 거의 빼앗아놓고 마지막 남은 경리 자리까지 가져가려는 익현에게 여사장이 항의하다가 대판 싸움이 붙어 경찰에 모두 연행됩니다. 경찰에는 이미 익현과 형배에게 나이트의 모든 자리를 다 빼앗긴 판호가 자신을 폭행한 형배를 고소한 상태였고 익현과 형배는 나란히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런데 익현은 자신에게 반말하며 거칠게 다루는 형사를 수갑 찬 손으로 때리며 “내가 느그 서장이랑 밥도 묵고 싸우나도 가고 다 했어. 임마!”라고 위세를 떨어서 형사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 기세등등하게 행동합니다. 이때 함께 잡혀 들어가서 형사들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두들겨 맞고 무시당하던 형배의 조직원들과 여사장은 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렇게 익현은 형배가 판호를 폭행한 것과는 별개인 데다가 원래 전과도 없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동안 밥도 묵고 싸우나도 같이 가고 하며 공들인 인맥들 덕분에 가뿐히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형배는 과거의 전과도 심각하고, 판호의 부상도 워낙에 심각한 탓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이에 익현은 최 씨 종친회 및 여러 인맥을 찾아다니는 한편 종친인 최주동 부장검사에게 은혜 잘 갚게 생긴 금두꺼비를 비롯한 뇌물 공세로 로비 실력을 발휘하여 형배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도록 풀려나고, 단순폭행으로 처리되어 합의금만 내면 되게끔 적극 돕습니다. 그간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빽으로 풀려나 본 적이 없어, 꼼짝없이 징역을 살 줄 알고 좌절했던 형배는 익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하고 이때를 기점으로 익현과 형배의 유대 관계와 의리는 더욱 두터워집니다. 이후 형배의 힘과 익현의 인맥 및 능구렁이 같은 친화력으로 사업을 더욱 확장하게 됩니다. 이 당시는 서로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88 올림픽 준비로 많은 외자 유치가 필요했던 한국 정부의 사정을 읽은 익현을 안기부에 줄을 대어 재일교포 자금을 끌어오는 대가로 부산 지역에 카지노를 허가를 얻어냅니다. 형배는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일본 야쿠자들에게 줄을 댑니다. 결국 이 둘은 그토록 원하던 합법적인 카지노까지 손에 넣고 엄청난 부를 긁어모으게 됩니다. 하지만 조폭의 세계에서는 분명 두목인 형배지만 이런 정치의 세계에서는 익현의 꼬붕 밖에 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형배는 형배대로 어느 정도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조직의 두목 형배의 위상을 자꾸 넘나들며 행동하는 익현의 행동이 그렇지 않아도 불씨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형배와 익현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나이트클럽을 감독하던 익현의 매제 김서방은 연예인 섭외비 문제로 창우와 갈등을 빚고, 창우에게 삥땅 친 섭외비 절반을 내놓으라고 을러대다가 맥주병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습니다. 이에 분노한 익현이 창우를 두들겨 패지만 창우가 익현을 들이받아버립니다. 기세에 밀린 익현이 빈총으로 창우를 협박하던 중 형배가 나타나고, 형배가 익현을 대신해 창우의 머리를 마이크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며 일단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하지만 형배는 익현에게 자기 식구들을 혼낼 때는 자신에게 먼저 말을 하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 줍니다. 깡패의 세계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후 판호 세력과의 계속되는 갈등 중에, 창우가 형배와 익현을 판호세력이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얻고 조직원을 소집합니다. 사실 창우는 이전부터 익현에게 충분히 감정이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뒤에 실제로 형배가 습격당한 것을 보면 뭔가 제대로 위험을 감지한 상황이 맞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현은 상황을 싸움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보겠다며 해산을 명령하지만, 창우는 형배에게 물어보고 듣겠다며 따르지 않습니다. 결국 익현과 형배가 언쟁을 벌이는데, 공무원 출신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아는 익현은 조직폭력배에 대한 단속과 감찰이 횡행하는 시국에서 무력으로 뭔 일이든 해결해 버리려는 형배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고, 형배는 깡패의 세계에서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주기적인 주먹싸움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되려 익현이 건달인지 민간인인지를 묻자 익현은 깨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봅니다. 결국 형배는 전쟁을 감행하려 하고, 형배가 전쟁을 하면 그간의 사업기반이 다 날아가게 될 것이 걱정되는 익현은 형배에게 말하지 않고 판호를 직접 찾아가 해결해 보려 합니다. 익현 때문에 자신의 부하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으니, 전쟁을 하겠다며 기세등등한 판호에게 당장 줄 것이 없었던 익현은, 어차피 얼마 안 지나 부산 바닥에 빠칭코가 넘쳐날 것이니 이후에 관광호텔이 생기면 자신이 직접 안기부에 줄을 대줘서 판호에게 영업권을 넘겨주겠다고 판호를 달랩니다. 이에 사업 때문에 익현의 인맥이 정말 필요했던 판호는 되려 자신과 같이 사업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익현은 처음에는 판호에게 펄쩍 뛰면서 무슨 얘기냐고 하다가, 판호가 되려 익현이 자신에게 카지노나 파칭코 영업권 같은 걸 넘겨주려 하면 형배가 가만있겠냐고 하자, 익현은 순간의 자존심 때문에 지가 누구 덕분에 밥 먹고 사냐며 형배는 신경 쓸 것 없다며 마치 형배가 자신의 아래인 것처럼 마구 큰소리를 치기에 이릅니다. 이는 익현을 감시하던 형배의 조직원을 통해 모두 형배에게 보고됩니다. 형배는 이를 심드렁하게 받아들이지만 경호 인력도 철수시키고 혼자 숙소인 호텔로 복귀하던 중 판호의 지시를 받은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6월 항쟁 기간으로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여 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 형배가 부하들을 먼저 퇴근시키고 시위대 사이에서 혼자 걸어가던 중 자객의 미행을 눈치채고 근처 파출소로 피신하는데, 수배된 형배를 알아본 경찰관이 형배를 불러 세운 순간 시위대가 파출소 안으로 최루탄이나 화염병을 던지자 파출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그 와중에 파출소에서 빠져나가려던 형배를 자객이 무지막지하게 찌른 후 도주하고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사망할 뻔했으나 시위 중이던 시민들이 그를 발견한덕에 병원으로 실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집니다. 소식을 들은 익현이 허둥지둥 찾아와서 안부를 묻지만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형배의 태도는 이미 극도로 싸늘해진 상태였습니다. 형배는 익현에게 부하 창우와의 대화를 위해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면서 선을 긋고, 창우는 두 놈 다 가만두면 안 된다며 몸이 안 좋은 형배 대신에 자신이 둘을 치겠다고 제안하고 형배는 창우에게 판호와 익현의 처리 문제를 지시합니다. 아마도 형배는 판호와 익현이 접선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습격을 당했다 보니 익현이 형배를 배신하고 정보를 넘긴 것으로 판단한 듯합니다. 익현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창우도 판호 옆에 딱 붙어가지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꼬리 칠 땐 언제냐고 한 것도 그렇고 분명히 정보로는 익현과 형배 둘을 작업하려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는데 익현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일법 합니다. 다만 그 이후 대화를 보면 익현이 형배를 습격하라 지시한 건 아니라 판단한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 자신의 편을 안 들고 판호를 찾아가서 자신을 좇도 아닌 놈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익현이 정보를 넘긴 건 둘째치고 익현의 이 같은 행동에 자존심이 극에 달 할 정도로 상한 듯 보입니다. 아무튼 이후 창우를 앞세운 형배의 부하들이 판호의 아지트를 습격하지만 판호는 무사히 빠져나간 후였고, 익현은 영문도 모르고 야산에 끌려가 죽도록 얻어맞고 생매장 위협을 당한 후 오줌 세례까지 당합니다. 이후 익현과 형배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다신 이 바닥에 발 붙이지 말라는 형배의 경고와 함께 카지노 및 기타 사업장 정리한 금액의 일부만을 받고 쫓겨나는 데 받은 거라고는 007 가방 하나분의 지폐 외 서류 몇 장, 그리고 추가로 얻어맞아서 뼈가 상했으니 고아 드시면서 요양하라고 창우가 건넨 사골이 전부였습니다. 가방 안에는 현금으로 1억, 100만 원권 수표로 2억이 있었습니다. 사실 1980년대 기준으로 상당히 큰돈이라지만 그동안 익현이 초반에 사업장 자금 대랴, 형배 빼내려고 종친회에 돈 바르랴, 부장검사한테 금두꺼비 바치랴 등등 자신이 썼던 돈에 비하면 완전한 토사구팽. 익현도 어이가 없었는지 '이게 다가?'라면서 되물었을 정도입니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익현은 형배의 경고를 무시하고 판호와 진짜로 손을 잡아 버립니다. 사업상 익현의 인맥이 필요했던 판호는 딱한 처지가 된 익현에게 찾아가서 형배를 흉보고 아예 익현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한 것입니다. 결국 자기가 그렇게 중요시 여기 던 혈연관계도 거스르고, 상대 조직에 붙은 익현은 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는데, 짧은 시간에 부산에서 호텔 3개의 빠칭코와 건물을 다수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직후 닥친 게 그 유명한 범죄와의 전쟁. 전국적인 조직폭력배들의 수배 및 강력한 체포 소탕령에 부산의 폭력배 세력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검찰의 대대적인 검거 작전으로 창우까지 잡혀가는 등 판호와 형배 조직은 거의 와해되어 버리고, 와중에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 1주일 전 판호가 자신들의 동업자였던 허삼식을 납치 후 물고문을 한 후 무자비하게 폭행하였고 간신히 탈출한 허삼식은 익현을 만나봤지만 담배만 피우면서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면서 허삼식이 신고하는 것만 막을 뿐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자 이를 익현의 사주라고 생각한 허삼식이 그를 신고하여 익현 역시 휘말려 들어가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합니다. 영화가 막 시작한 초입부에서의 뉴스 장면, 그리고 익현이 조범석 검사와 처음 대면하는 장면이 바로 이 시점입니다. 하지만 익현은 이번에도 형배를 빼내주었던 최주동 부장검사에게 연락을 취해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이때 부장검사는 익현이 깡패들과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깡패는 아니지 않냐고 하면서, 상식적으로 같은 집안 조카인 형배의 반대파인 판호와 붙어먹었겠냐며 조 검사를 몰아세웁니다. 그런데 이 논리 구조에는 익현도 형배도 모두 부장검사와 한 집안사람이라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이 이야기가 설득력도 있고 당시의 기수문화가 먹히면서, 조범석도 일단 익현을 풀어주고 재수사하기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풀려난 익현은 인맥과 로비 기술을 총동원해서 자신을 엮으려 하는 조 검사에게서 벗어나려고 하고, 조 검사와 친한 선배 변호사와도 자리를 주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벌입니다. 하지만 조 검사는 여사장의 참고인 진술을 받아내는 등 철저한 수사를 벌인 끝에 판호와의 연계를 밝혀내고, 결국 판호와 익현은 검찰에 검거됩니다. 뻔뻔하게도 술자리에서마저 자신을 수사하는 조 검사를 구워삶으면서 자신은 판호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발뺌했던 익현은 조 검사 앞에서 판호와 대면하게 됩니다. 당연히 판호는 익현에게 내가 니 졸개냐며 분노하며 죽일 기세로 달려드나 이내 수사관들에게 제압되어 끌려가면서 조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얻어맞습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면담을 시작한 조 검사는 지금 모든 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적용법조를 가볍게 하여 책임지고 3년만 살게 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잔머리의 대가 익현은 이 상황에서도 빠져나가기 위해 역으로 조 검사와 자신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는데, 바로 자신을 지금 불구속으로 풀어준다면 조 검사가 거물급 조폭 두목인 형배까지 체포할 수 있게 협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제 형배나 판호 같은 깡패들에게서 완전히 손을 떼고 조 검사라는 공권력에 붙게 됩니다. 한편 숨어 지내던 형배는 이번 소탕령이 익현과 조 검사가 손을 잡고 자신을 제거하려는 수작으로 생각하고 익현을 잡아오게 합니다. 검찰에서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형배에게 소환된 익현은 밥을 먹던 중 갑자기 끌려가고 이번 일이 대통령 특별 지시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며 만약 자신이 관계있다면 판호는 왜 잡혀갔겠냐면서 울며 사정하고, 자신 역시 조 검사 비위 맞춰주려고 둘러댄 거라며 필사적으로 항변해 달리 방도가 없는 형배는 이번 한 번만 더 '속아주기로' 합니다. 익현은 자신도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뜰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형배에게 배편과 위조 여권을 구해줄 테니 일본의 고베로 피해 있으라는 거래를 제안하고, 형배는 익현의 제안에 승낙하면서도 이 거래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인연은 이제 끝이라고 선언합니다. 한편 차 안에서의 회화는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생각은 했지만, 형배는 익현이 판호와 붙어먹었다는 의심보다 '대부님이 판호에게 나를 좇도 아닌 놈처럼 이야기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감정이 틀어졌던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익현과 형배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위조 여권을 만들어 형배의 비밀 아지트에 간 것부터가 이미 조 검사와의 계획이었습니다. 익현은 형배를 유인하여 잠복한 조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데려갑니다. 결국 포위당한 형배는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차 안에서 익현을 죽이려다 그의 저항으로 실패하고 검찰에 검거됩니다. 익현은 마지막으로 칼을 들고 발악하는 형배에게서 빈 총을 필사적으로 휘두르며 맞서다가 다리에 칼을 맞았지만 목숨을 건진 채 수사관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옵니다. 조 검사는 최익현의 총을 살펴보지만 총알이 없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지으며 다소 충격받은 듯한 표정으로 익현을 바라봅니다. 이번에도 살아남은 익현은 무혐의로 풀려납니다. 이후 조 검사에게 붙어서 주요 인맥을 연결시켜 주는 거래를 하며, 영화 개봉 시점인 2012년 2월에도 어찌어찌 아들내미 잘 키워 검사 아들 둔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부산에서 유명한 재력가가 되어 최후의 승리자로 살아갑니다. 손자 돌잔치에까지 사업 관련 청탁을 하러 온 사람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지역유지가 된 모양입니다. 사법연수원 '차석'으로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된 익현의 아들을 보면서, 익현의 인맥과 로비 기술로 검찰국장의 자리까지 오른 조범석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일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던 아버지는 반달인데 아들은 2등 출신 검사이니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겠지만 조범석의 입장에서는 비리공무원에서 조폭이 된 후 검사로 박쥐처럼 옮겨 붙으며 이득을 취하던 최익현이, 결국 검사의 아버지가 되어 자신을 승리하게 만든 검사라는 타이틀, 즉 최익현이 생각하는 최고의 권력자를 혈연관계로 키워낸 상황이 재밌게 느껴진 듯합니다. 화면이 바뀌어서 손주 돌잔치 피로연의 장면들이 비치고 누군가의 시선이 된 카메라는 파티장으로 들어오더니, 손자를 안고 있는 익현의 옆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뤄낸 영화 속에서 덤덤한 얼굴로 시간을 보내던 익현은 "대부님"이라며 그를 부르는 형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형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익현의 불안함이 만들어낸 환청인지, 출소 후 정말로 찾아온 형배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익현은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서서히 시선을 돌리고 카메라와 익현의 눈이 마주치려는 순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때 익현의 표정은 당황하지도 경계하지도 않는 무덤덤한 표정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고개를 돌리기 전 아주 찰나 순간이지만 잠깐 머뭇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성취한 인생의 늘그막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대상을 마주한 자의 모습이 아주 현실감 있게 표현된 장면입니다.
3. 마무리
본격 범죄 영화라 누아르 장르를 떠올리기 쉽지만, 영화로 직접 들어가 보면 상당히 블랙 코미디스러운 연출이 많습니다. 이 때문인지 블랙코미디스러운 연출을 잘 쓰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좋은 친구들>에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발랄한 배경음이나, 최민식이 연기하는 최익현의 끝 간 데 없는 비열함도 영화의 씁쓸한 냉소적 유머에 한몫합니다. 그래서인지 뒷맛이 상당히 씁쓸한 편입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역동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범죄와 정의의 대결,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극장에서 관람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익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좋았으며 형배의 대부님을 대하면서도 조직을 이끄는 모습이 리더로서 보기 좋았습니다.